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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사이언스

아몬드를 닮은 진화의 기록 저장고, 편도체

by House of mypendant 2025. 9. 13.

코로나 팬데믹, 사회적 고립, 그리고 현대인의 불안한 삶 속에서 다시 주목받는 뇌 구조가 있습니다. 바로 편도체입니다. 편도체는 작은 아몬드 모양을 하고 있으며, 공포·불안·사회적 유대 등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핵심 기관으로 진화의 긴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편도체의 구조와 기능, 진화적 의미, 공포와의 관계, 정신질환에서의 이상, 그리고 최신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그 역할을 심도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편도체의 구조와 기본 기능

편도체는 변연계에 속하며, 해마와 가까운 측두엽 내측에 위치한 작은 집합체입니다. 아몬드(amygdala)라는 이름은 그 형태에서 유래했는데, 크기는 작지만 기능은 막대합니다. 편도체는 외부 감각 자극을 빠르게 평가하고, 위험이나 위협을 감지할 때 즉각적인 생리 반응을 일으킵니다. LeDoux(1996)의 연구에 따르면 편도체는 ‘저속 경로’(시상→편도체)를 통해 시각 정보가 전전두엽에 도달하기 전에도 빠르게 반응합니다. 이는 뱀이나 총과 같은 위협적인 자극을 본능적으로 회피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편도체는 단순한 공포 감지뿐 아니라, 사회적 표정 해석, 기억의 정서적 강화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Amyg.png”, 저작자: Washington irving, 라이선스: CC BY-SA 3.0

진화 속에 저장된 편도체의 역할

편도체는 진화적으로 가장 오래된 뇌 구조 중 하나로, 포유류뿐 아니라 파충류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발견됩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감정 처리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Öhman & Mineka(2001)의 연구에서는 인간과 영장류 모두 뱀이나 거미 같은 진화적 위협 자극에 더 빠르게 편도체가 반응함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진화적 특성은 ‘생존에 필수적인 두려움 학습’이라는 관점에서 해석됩니다. 따라서 편도체는 단순히 개인의 기억을 넘어, 종 차원에서 생존 전략을 축적해 온 ‘기록 저장고’라 할 수 있습니다.

공포와 불안: 편도체의 핵심 반응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 반응을 매개하는 뇌의 중심입니다. Bechara et al.(1995)의 환자 연구에서, 편도체 손상이 있는 환자는 조건화된 공포 반응을 학습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편도체가 공포 학습의 필수 요소임을 입증합니다. 또한 불안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fMRI 연구(Bishop, 2007)는, 불안이 높은 사람들이 위협적 얼굴 표정을 볼 때 편도체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편도체는 실제 위협뿐 아니라 잠재적 위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불안의 신경적 기반을 형성합니다.

기억과 감정의 교차로

편도체는 해마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기억과 감정을 동시에 처리합니다. Cahill & McGaugh(1998)의 연구에 따르면, 정서적으로 강렬한 사건은 편도체의 활성화를 통해 더 오래, 선명하게 기억됩니다. 예컨대 교통사고, 자연재해 같은 사건은 단순 정보보다 강렬하게 각인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기전은 학습과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PTSD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는 부정적으로 작동하여 끔찍한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정신질환에서의 편도체 이상

우울증, PTSD, 공황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서 편도체 기능 이상이 발견됩니다. Rauch et al.(2000)의 연구는 PTSD 환자가 외상과 관련된 자극을 볼 때 편도체 과활성을 보인다고 보고했습니다. 반대로 사회적 무감각이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에서는 편도체 반응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Baron-Cohen et al., 2000). 즉, 편도체는 과도하거나 부족한 활성 모두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균형이 중요한 감정 조절의 허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성, 얼굴 표정, 그리고 편도체

편도체는 사회적 신호를 해석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dolphs et al.(1994)은 편도체 손상 환자가 두려움이 담긴 얼굴 표정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Sun et al.(2023)은 Translational Psychiatry에서, 모호한 표정을 해석할 때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연결성이 핵심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Bickart et al.(2011)은 편도체의 부피가 클수록 더 많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편도체가 단순히 공포를 넘어서, 사회적 유대와 감정 이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최신 뇌과학 연구와 향후 전망

최근 뇌영상 연구는 편도체가 단순한 감정 처리기를 넘어, 사회적 뇌(social brain)의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Xiong et al.(2022)은 Molecular Psychiatry에서 사회적 고립이 편도체의 구조적 변화와 전전두엽과의 연결 약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사회적 격리 경험이 뇌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또한 Nagasawa et al.(2015)은 인간과 반려견이 서로 응시할 때 쌍방의 옥시토신이 증가하며, 이때 편도체와 연관된 사회적 보상 회로가 활성화된다고 보고했습니다. 향후 연구들은 편도체의 역할을 정신질환 치료, 사회성 증진 훈련, 반려동물-인간 관계 강화 프로그램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